비서울 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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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서울 프로젝트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시면서 비서울이라는 개념에 대해,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어떤 소감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제 대학 졸업한 지 2년이 되었는데 많은 고민을 하다가 작가의 길을 걷고 있어요. 


처음 청년동이 생겼을 때 여기서 전시를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 센터 분들이 어떻게 하면 이 곳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갈 지 고민과 노력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비서울’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설문조사에도 참여하게 됐죠. 


‘비서울’을 딱 들었을 때는 약간 부정적으로 와닿았어요. 서울이 아닌, 서울이 되고 싶은? 어떤 자격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꼭 서울에 가야 성공을 하는 건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광명 지역의 작가 타이틀이 어떻게 보면 나를 홍보하는 데 있어 장점이 있지만 나도 서울에 나가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욕구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비서울이라는 프로젝트를 오늘 와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고, 전시 작가님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와 같은 나이대의 청년 작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어요. 


저는 오늘 이 자리가 있어서 뭔가 청년 분들하고 연대감이 생기는 것 같고, 앞으로도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광명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했었어요. 


사업에서는 같이 활동하는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어요. 저희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음악 외에도 다원 예술이랄지 또는 AI 같은 기술과도 연결해서 우리 활동의 폭을 넓혀보려는 기획을 하고 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문을 많이 두드렸는데 여기 청년동에서 선뜻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거예요. 그래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음악 피크닉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약간 소규모 페스티벌 같은 걸 기획해보기로 했어요.


이제 반려 가구가 1천만이 넘는 시대가 되어서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어디를 같이 가고 싶어 한다는 수요도 많고, 직장에도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희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고, 제주도라든지 지역으로 공연을 다니게 되면 같이 데리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 판을 청년동에서 깔아주신 거예요. 본 행사는 9월 16일에 광명시민체육관에서 했었는데 이후에 비슷한 주제의 프로그램으로 한 번 더 프로젝트를 만들게 됐어요. 


특히 광명에서 광명시의 지원을 받아 만든 프로그램이 점점 더 발전을 해서 다른 형태의 이벤트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이번에는 저희가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해서 광명에서 만들어봤지만 지역에 국한될 필요 없이 앞으로 어느 곳에서든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서울’은 꼭 서울에서만 내가 무언가를 해야 예술인으로서 인정받는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영감을 얻는 다른 도시가 될 수도 있는 그곳에서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가치를 이끌어내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만들다 보면 그 자체로 충분한 예술활동이자 문화활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Q. 방경지 작가님의 작품 '기꺼이 유영하기'를 통해 비서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신 두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의정부에서 회화 작업을 하는 작가입니다. 처음 비서울이라는 프로젝트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신났어요. 의정부에서 오래 살기는 했지만 활동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몇 년 안 되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의정부 문화도시도 되고 미술도서관도 생기고 하면서 주변 상황이 활발하게 움직이던 시기에 흐름을 잘 타게 됐고, 거기서 처음 방경지 기획자님도 만나고 의정부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 사람들과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과정과 경험들이 재밌기도, 힘들기도 했는데 이렇게 광명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모여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용인에서 활동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었는데 저의 경험과 너무 비슷하다고 느껴서였어요. 반갑기도 했고, 같은 지역이 아닌데도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든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저도 지역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럽게 느끼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어딘가에서 의정부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다 하고 얘기했을 때 그게 특색으로 다가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의정부에서 그림만 그리는 건 아니고 청소년들, 청년들이랑 같이 의정부 잡지도 만들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지역을 더 많이 사랑하게 됐어요. 이런 것들이 각 지역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면 꼭 서울이 아니어도 다들 재밌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진을 전공했고 태어나서부터 쭉 서울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경계 없이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지역이라고 하면 서울에도 사실 다 ‘내 지역’ 같은 게 있으니까 서울과 지역을 얘기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해요. 제가 서울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사는 분들과도 팀을 이뤄서 같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미국으로 생각하면 한국의 크기는 주 하나 정도 크기잖아요. 거기는 주 하나가 통일된 지역의 정체성을 가지고 사는데 우리는 이 작은 나라 안에서 엄청 쪼개져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사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한테 한두 시간 정도는 그냥 다닐 만한 거리에요. 차로 한두 시간이든, 버스나 지하철로든지요. 저는 본가가 제주도에 있어서 제주도도 당일치기로 갔다 올 때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전국은 1일 생활권이 가능하다. 매일 왔다 갔다는 힘들더라도 어떤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하는 식으로 경계를 두지 않고 생각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Q. 청년예술가가 아닌, 기관(광명문화재단)의 입장에서 '비서울'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사실 미대를 나워서 20대 때에는 작업을 할까 뭘 할까 고민하다가 흘러흘러 문화행정까지 이렇게 오게 되었는데 오늘 지금 막 고민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만나게 되면서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해요. 정체성과 자기 작업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텐데 또 여기에서 지역이라는 것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있다는 것도 참 의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예술가는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광명이 아니더라도, 아니면 한국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지역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경쟁의 요소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좋은 예술가들을 우리 지역으로 많이 끌어당겨서 이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의 무언가를 같이 찾아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사업들을 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거주 지역이라든지 행정적인 절차 같은 제한을 만들게 된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또 저희가 서울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해요. 지금 서울이 인프라가 워낙 많잖아요. 시각적으로 봤을 때에도 작업을 하실 수 있는 공간도, 그걸 발표할 수 있는 미술관이나 대학 공간 같은 시설도 지역에는 부족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당장 서울처럼 하겠다가 아니라 이런 과정을 시작으로 지역에 맞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지금처럼 더 깨어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오늘의 비서울 라운드 테이블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 분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하나 하나 경청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있고 활동은 거의 서울에서 하고 있어요. 그런데 학교 때문에 안산을 또 다녀야 해서 몇 년째 삼각형의 형태로 이동하며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지역을 오가다 보니 인천이 점점 싫어지더라고요. 


인천에 살고 있는데 일은 자꾸 서울에서 하고 있고, 그런데 인천에서 거주할 수밖에 없다는 게 슬프게 느껴지기도 해요.


최근에 저는 누가 일을 주면 쓰이게 되는 입장에서 대부분의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올해 첫 개인작업을 하게 됐는데 이걸 내 돈으로 다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알아봤는데 이런 사업이 있구나 싶으면서도 동시에 메리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획해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시스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지역의 예술가들이 마음껏 무언가 할 수 있는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경쟁률 측면에서 제가 서울보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게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과연 인천에서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같은 내용을 서울에서 했을 때보다 한 만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고등학교까지 인천에서 나왔는데 대학을 서울로 다녔어요. 극작을 전공했고 처음 사회생활은 방송작가로 시작을 했는데 연극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극단에서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프리랜서가 됐죠. 


25살이 되었을 때 문득 타 지역의 예술가가 서울에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가령 극단에서 활동하는 지인들 중 서울에서 사는 사람은 타 지역 예술가들보다 경제적인 상황을 해결하기에 더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저 같은 경우 인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알바 시간 때문에 서울의 연습시간을 놓치게 되고, 서울에서 일을 구하려면 그 이동시간 때문에 또다른 기회를 놓치기도 하고요. 많은 예술가 분들께 타 지역에 살면서 활동하는데 어떤 식으로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고 어떻게 생활하시느냐 물어보기도 했는데 마땅한 해결책을 들어보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주변의 예술가들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나 단체에서 비서울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 좀 물어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설문이 청년동 비서울 온라인 설문으로 뜬 거예요. 너무 잘됐다 싶어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도 열심히 써서 제출했죠. 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싶고 프로젝트를 통해 타 지역 예술인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참 좋았어요. 


비서울에서 했던 인터뷰들도 하나하나 다 읽고 왔는데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저는 스스로 인천에 사니까 서울에서 활동하기 위한 기회도 적고, 이동거리 등의 제약 때문에 사람들이 불러주지 않는다 같은 비관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비서울 인터뷰를 읽어보니 지역의 청년예술가들이 다 각자 자기 갈 길을 찾고 있더라고요. 저도 저의 길을 더 잘 찾아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