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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재 작가노트


전영재

비서울 작가

조각, 설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예술공간을 연출한다.

흙, 소금, 나무 같은 천연재료와 플라스틱, 고무, 폐기 될 직전의 것들을 혼합하여 인간의 기억, 감정, 감각을 과학, 자연, 예술과 결합해 일화를 바탕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실적인 마찰에서 변화하는 감각적인 경험과 인간의 감정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자연과 인간의 이중주에 의해 만들어지는 예술을 추구하며 작품이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중요시 생각한다.


슬픔을 마주하고 눈물이 흘러넘쳐 입가에 머금을 정도의 경험을 계기로 슬픔의 과정에서 영감을 받아 짜디짠 눈물, 그로부터 비롯된 소금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단순히 눈물과 맛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접근하여 소금 블록을 조각한 <슬픔속으로> 라는 첫 작업을 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하여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1년 동안 병상에 누워만 있던 세월을 겪고서 꾸준한 재활훈련을 통해 걸음마부터 다시 하는 경험으로 인생을 다시 배웠다. 힘든 시기에 예술을 통해 힘을 얻었고 나 또한 예술로 희망을 전달하고 싶어 진정성 있는 예술을 갈구했다. 이후 누군가 가공하지 않은 작가 본인만의 소금을 만들어 작업을 진행하는 진실한 요소가 필요했다. 


기존 재료의 재구성을 위해 염전 과정과 염의 결정화 현상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재료가 주는 기능과 특성을 빌려 자연물로 작업한 결과 둘의 연관성은 더욱 짙어졌다. 


다른 곳에서 온 소금을 녹여 재결정화 시키는 과정은 마치 한 사람의 경험을 자신의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과 닮아 있었고, ‘모든 것은 자연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작업으로 이어 나가게 되었다. 결정화된 소금(廉)을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작은 결정들이 모여 큰 입자로 이뤄지기까지 시간을 들여 얻은 결정이 녹아 없어지는 것(자연적인 현상)을 받아들이고 다시 물에 넣는 반복적인 작업을 거친다. 이는 인간의 삶, 자연의 삶과 닮아 있었다. 망각과 새로운 기억의 출현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과 소금이라는 재료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때문에 소금은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이다.


여러 과정을 거친 슬픔을 수면 위로 건져 올렸을 때, 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결정이 마치 보석과도 같았다.

작업 과정이 주는 교훈이 더 특별했던 이유가 있다. 사적인 슬픔을 작품에 담기까지 혹여나 나의 슬픔을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이유였고, 나의 사적인 슬픔을 전시했을 때 관객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까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관람객이 빛과의 마찰로 인해 작품이 반짝이는 현상을 보고 아름답다고 내뱉는 한마디에 나의 두려움과 슬픔의 과정은 더욱 값지게 다가와 아름답게 발광하는 빛과 같은 추억이 된 순간을 계기로 나만의 세계관을 명확하게 가지게 되었다. 이런 과정은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의 삶 역시 새로운 죽음에서 양분을 얻어 소생하는 고통의 과정은 희망적인 새로운 탄생으로 자리 잡는다. 자연과 인간의 이중주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게 되었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작업 중 생기는 자연스러운 흠을 최대한 남겨두려 하는 편이다.


작업에서 보이는 모난 흠은 마치 흠집 같지만 여러 형태의 흠집이 모여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인간의 삶도 상처가 만드는 굴곡이 빛을 받아 더욱 빛나 고 아름답듯이 나의 작품은 현실과 불안을 원석으로 삼아 이를 나만의 보석으로 가공하여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