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울 인터뷰

광명에 살며 활동은

서울에서 하는 지금의 생활이

만족스럽다.

나는 1993년생,

광명에 사는 기타리스트 지민석입니다.


지민석

광명 거주 기타리스트

초등학생 때, 학원 셔틀버스 옆자리의 친구가 기타를 배운다더라고요. 

저도 따라서 학원 등록을 해서 한두 달 통기타를 배웠어요. 


학원에 가 보니 통기타 옆에 일렉 기타도 있고 베이스 기타도 있고, 여러 가지 악기들이 놓여 있는데 괜히 베이스기타가 멋있어 보였어요. 솔직히 그때는 통기타보다 베이스 기타가 더 쉬워 보이기도 해서 갈아탔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실수한 것 같아요. (웃음)

서울 신도림역 근처에 살다가 독립을 하게 되면서 광명으로 왔어요.

집을 구할 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조건들이 있었어요. 


우선 제가 사용하는 악기와 장비들 때문에 주차장이 꼭 있어야 해요. 공연이 있을 때, 기타를 한 대에서 두 대까지 들고 다녀요. 또 ‘페달보드’라고 이펙터 페달들을 모아 놓고 밟아서 사용하는 장비도 필요해요. 그 외에도 개인 의상 등 악기 외의 소지품들이 많아서 제게 차는 말하자면 대기실인 셈이에요. 공연일정 중에 대기시간이 길면 차에서 쉬기도 하거든요.


서울에서는 아파트가 아닌 이상, 빌라지역은 주차에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더라고요. 제대로 주차장이 갖춰진 오피스텔 위주로 집을 구하다 보니 게다가 내가 가진 금액을 고려하면 경기도 권으로 나와야 조건이 맞았어요. 개인 작업실이 따로 필요 없기도 해서 오피스텔이 답답하지 않아요. 베이스 기타는 사실, 스피커나 앰프를 사용해서 볼륨을 크게 키울 상황이 아닌 이상 꽤 조용한 악기에요. 연습할 때는 헤드셋을 사용하면 되거든요. 굳이 작업실을 따로 마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집에서 작업해요. 


수도권 중에서도 특히 광명을 선택한 건, 광명시민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거의 서울에 준하는 지역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신도림 살 때보다도 오히려 강남은 더 금방 도착하거든요. 공연때문에 지방을 자주 가는데 집 앞으로 고속도로가 3개나 있어서 편하기도 하고요. 

지금은 혼자 자취를 하는 정도지만 나중에 광명에 제대로 정착해서 살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일단 서울에서 가깝고, 경기도라 서울보다 집값이 싼 게 큰 메리트죠. 


쉬는 시간에 동네에서 자전거 타는 걸 즐기는데 안양천이 가까운 것도 좋아요. 집 뒤편으로 ‘서독터널’이 라고 있어요. 이 터널을 지나면 순식간에 도시에서 시골로 변신하는 듯한 광경이 펼쳐져요. 그 곳에 가면 마치 서울에서 두세 시간 운전해서 자연으로 들어온 것 같은, 예를 들면 파주나 강원도 어디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찰나에 답답했던 도시의 느낌을 벗어날 수 있죠. 

공연 일정의 빈도는 수도권이 반, 지방이 반 정도 돼요. 

수도권은 최근에 간 곳만 해도 안성, 이천, 성남, 화성 등 웬만한 곳은 다 다녔어요. 


지방은 아무래도 전라도 쪽으로 많이 가요. 전라도가 국악 분야의 입김이 세거든요. 그래서인지 국악 밴드와 협업하는 공연은 전라도 쪽으로 많이 가죠. 저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이고 소속되어 있는 곳은 크게 두 곳이에요. 퓨전 국악밴드 ‘AUX’에 소속되어 진행하는 공연이 가장 많고 다른 하나는 ‘디토 오케스트라’라는 곳에 소속되어 현재 투어가 진행 중이에요. 투어의 이름은 ‘디즈니 인 콘서트’고요. 싱어들과 오케스트라, 베이스 기타가 함께하는 공연이에요.

군악대에 있으면서 클래식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군악대에서 2년 정도 클래식을 전공한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인연이 생겼고 전역 후에 그 친구들이 활동하는 단체와 협업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어떤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 기타를 구하는데 네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연결해 주어서 소속팀이 생겼고 벌써 4년정도 활동을 했네요. 국악 밴드 역시 지인 소개로 들어갔어요. 친하게 지내던 드러머 형이 본인이 속해 있는 국악 밴드의 베이스로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해 주었죠. 오케스트라와 국악 밴드의 연습은 다 서울에서 진행되요. 공연은 다양한 지역에서 열리지만요.

지역에 따라 관람객의 분위기가 달라요.

밴드 공연은 지역이 어디 건, 무대 컨디션이 좋으면 최고이고 무대가 작으면 작은 대로 진행하면 되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의 분위기가 지역 별로 차이가 있다고 느낀 건,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면서 부터예요. 오케스트라 공연은 아무 타이밍에서나 박수를 치면 안 된다는 관객 매너가 있어요. 서울에서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잠실의 롯데콘서트홀 같은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면 공연 사이에 한 막이 끝났을 때, 사람들이 박수를 치지 않고 싹 조용해요. 그런데 수도권 외곽으로 가면 공연 중간에 박수소리가 터진다 거나 호응하는 소리를 낸다 거나 하는 일이 있더라고요. 


관객이 박수를 치면 당연히 호응을 많이 해주는 거고 공연이 신나고 좋지 않을까 싶을 수 있어요. 그런데 오케스트라 공연장의 특성상, 관객석에서 박수를 치면 그 소리는 무대에 있는 아티스트에게 1초에서 2초정도 늦게 도착해요. 그러면 팀원들이 원래 유지하고 있던 리듬이 엉키거든요. 때문에 박수소리가 들리면 무대위의 모든 아티스트들은 최대한 ‘박수 소리를 안 들린다, 안 들린다.’ 세뇌하며 다음 막을 준비해야 해요. 

아직 광명에서 공연해 본적은 없어요. 공연수요가 서울에서 충분히 해소되는 지역이라고 생각되거든요.

물론 불러 주신다면 기꺼이 하겠지만요. ‘디토 오케스트라’나 ‘AUX’팀으로 수도권의 다양한 지역에서 그렇게 많은 공연을 했는데도 광명에서는 아직 한 번도 공연한 적이 없어요. 수도권에서 개최한 공연의 경우도 서울과 바로 붙어있는 지역에서 공연한 경험은 많지 않아요. 서울과 너무 가깝기 때문 아닐까요? 부천, 안양, 고양시 이런 곳들에 사는 분들은 마음만 먹으면 1시간 내로 서울에 당도하잖아요. 때문에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그 다음 칸 이랄까요? 오히려 인천, 군포, 이천, 평택 이런 곳들에 공연하러 많이 갔어요. 서울과 완전 붙어있는 수도권 지역인 ‘첫 번째 칸’에서 공연한 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연 수요 자체가 서울지역에 서 많이 커버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광명에 사는 예술가들과 협업을 한다.’ 라고 생각해 본다면 팀을 만들기 좀 어려울 것 같아요

20살 때부터 10년 동안 수많은 곳에 소속돼 봤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왔어요. 


지금은 그 수많은 사람들과 활동을 하며 쌓인 나만의 노하우로 검증을 거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활동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만약 광명에 사는 사람으로만 팀을 구성해서 공연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할 듯 싶어요. 제가 주로 하는 활동은 팀원이 4명에서 5명은 모여야 되는 건데 사람들을 다 광명으로 불러서 연습하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요. 광명에서의 음악 활동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 분야는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니까요.


때문에 주로 업무하는 곳이 서울이고 휴식의 여유는 주말에만 광명에서 즐기는 정도에요. 그래서인지 광명과 서울 살이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고 있어요. 잠자는 것을 제외한 활동은 대부분 운전해서 서울로 들어가면서부터 시작돼요. 

솔직히 광명에서 예술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딱 하나 아닐까요? 지원금이요. 

저만의 생각으로, 수도권은 1차 수도권 2차 수도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 바로 붙어 있는 첫번째 칸의 수도권이 있고 첫번째 칸 너머, 그 다음 칸의 수도권은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환경이나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만약 서울의 한 가운데인 종로에서 공연을 한다고 가정해요. 그러면 서울과 바로 붙어 있는 첫 번째 칸의 수도권 사람들은 종로로 공연 보러 가기가 쉽죠. 실제로도 많이 가고요. 때문에 광명에서 공연을 한다 치면 광명시민들, 그리고 안양시민들 정도가 오겠죠. 말하자면 예술공연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서울에서 해소할 수 있는 지역이 광명이나 안양 같은 첫번째 칸의 수도권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여기, 광명 청년동도 예술가들에게 아주 좋은 공간이잖아요. 저도 오늘 처음 알았어요. 실은 평소에 이런 공간이 없나 찾아볼 생각도 안 했고요. 저는 연습실을 따로 쓰지 않는 사람이라 연습공간이 필요 없는 것도 있지만 제가 만약에 연습실이 꼭 필요한 장르라고 해도 여기는 기본적으로 공용 시설이잖아요. 그러니까 내 짐을 갖다 놓기도 어렵고, 등록하고 예약하고 하는 절차도 분명히 있단 말이죠. 그런데 그게 번거롭다고 해야 할까요? 차라리 돈을 지불하고 그 시간만큼 공간을 독점해서 편하게 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요. 해서 예술가들이 지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지원금이라고 생각해요. 

광명에 살며 활동은 서울에서 하는 지금을 점수로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서울이랑 가까우면서도 뒤돌면 바로 조용한 자연을 만날 수 있어요. 


인접한 자연과 한적한 분위기가 광명지역, 내가 사는 동네의 가장 큰 메리트에요. 서독터널을 지나면 시골 같은 자연을 맞닥뜨릴 수 있고 거기를 지나면 광명동굴로 가는 길이 있어요. 터널을 지나 시골길을 따라 가다 보면 ‘광명동굴 가는 길’ 이라는 큰 표지판이 나와요. 그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면 동굴이 나오고 인근에 산책로가 있는데 그 산책로가 광명시 반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거든요. 거기 까지만 가도 산 냄새, 풀냄새가 진동해요. 그런 코스로 자전거 한 바퀴 돌아 집에 오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광명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죠. 아직 광명에서 함께 어울리는 동네 친구는 없어요. 30대가 되다 보니까 굳이 동네 친구가 굳이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하지만 동네에 문화공간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워요. 1시간만 지하철 타고 들어가면 서울에 좋은 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영화관은 있지만 그곳 말고는 집 주변에 예술 공간이 거의 없는 셈이에요. 지금 사는 동네는 이케아와 코스트코가 있는 지역인데 광명 번화가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 듯도 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까지 전업 뮤지션으로 살았는데 코로나 시기에 많은 걸 느꼈어요. 

지구가 멸망한 것도 아니고 바이러스가 돌았는데 내 인생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싶었죠. 


대학 졸업하고 군대 제대한 직후, ‘이제 제대로 활동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나왔는데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어요. 그나마 조금씩 이뤄 나가던 모든 것들이 일시에 멈추면서 공연이 싹 없어진거죠. 지급이 밀렸던 공연비를 다섯 달 뒤에 받았던 기억도 있어요. 모아 놨던 돈을 야금야금 쓰면서 석 달까지는 그럭저럭 버티다가 ‘이거 안 되겠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결심이 서서 취업을 했어요. 지금까지도 일반 회사와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투잡러인 셈이에요. 다행이 회사 직원 분들이 제가 어떤 상황인지 알고 배려해 주셔서 근무일에 공연이 있으면 휴가를 쓰고 다녀오고 연습은 주로 밤에 하고 있어요. 


지금은 음악활동이 꽤 있는 편이라 공연만으로도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정도에요. 

하지만 내가 음악활동을 50살까지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솔직히 그건 확신이 없어요. 지금은 미혼이지만 곧 결혼도 하게 될 거고 서울이든 경기도든 집값이나 결혼 비용 등을 생각해서 지금처럼 투잡을 뛰는 생활을 이어 가려고 해요. 

내가 사는 지역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든다면, 

저는 연주를 하는 사람이고 곡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좀 고민이 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대비되는 느낌이 아주 좋거든요. 한쪽은 아파트가 많고 도시 느낌이 물씬한데 반대쪽은 갑자기 시골이에요. 그래서 그런 대비를 강조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나의 하루는 이래요.

오전 7시쯤 기상할 때의 강제 루틴이 있어요.


특이한 알람 앱을 쓰는데 제가 설정해놓은 수학 문제를 풀어야 돼요. 더하기 빼기 같은 단순한 문제를 풀고 그 다음으로 2차 미션이 있어요. 저장해 놓은 QR 코드를 찍어야 되는데 그 코드를 거실 탁자에 붙여 놨거든요. 그래서 문제 푼 다음 거실로 가서 QR을 찍어야 이제 ‘알람이 해제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와요. 그 과정동안 잠이 깨는 거죠. 이 앱을 쓰면 무조건 지각 안 해요. (웃음) 


회사는 광명에서 멀지 않은 금천구에 있어요. 저녁 6시쯤에 퇴근하고 다른 일이 없으면 집에 가요. 보통은 운동을 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면서 평범하게 보내고, 연습이 있으면 퇴근하고서 바로 서울로 건너가 단체 연습을 진행하죠. 연습실은 저희 팀 소유라 시간은 제한이 없고 늦게 끝나면 새벽 4시까지도 연습이 진행되요. 그러면 집에 와서 잠깐 자고 다시 회사를 가는 거죠.

주말에 공연이 있을 때는 짐을 챙겨 차를 몰아서 일정 따라 지역으로 이동해요. 


지방으로 가는 건 보통 서너 시간이 걸리는데 장거리 운전에 익숙해져서 이젠 그다지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에요. 공연하고 마무리하고 집에 오면 지방 공연의 경우 보통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하게 되요. 잠을 많이 잘 수 없긴 한데 저는 잠을 덜 자는 게 그렇게 아쉽지 않더라고요.


특별한 일정이 없는 주말의 경우에는 운동하거나 데이트를 하고, 따로 친구를 만나는 일은 잘 없어요. 코로나 때문인지 서른이 넘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마치 이상향 같은, 나의 예술로 꾸는 꿈이 있어요.

해외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뉴욕의 중요하고 큰 무대에 가서 공연하는 상상을 해 봤어요. 국악 밴드를 하고 있다 보니 가끔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한국을 알린다는 기획아래 외국의 큰 무대에 서게 되는 때가 있어요. 그런 공연 말고 정말로 ‘나’ 자체가 유명해져서 해외로 공연을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현지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 만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