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울 인터뷰
이 좋은 걸
나만 누리는 게 아쉬웠다.
나는 1992년생,
용인에 사는 다원예술가 박세은입니다.
박세은
용인 거주 다원예술가
제 예술인 활동증명서에는 활동장르가 엄청 많이 적혀 있어요.
주력하는 분야는 다원 예술인데 무용에 가까워요. 예술인 활동증명서 상의 제 예술분야는 일반, 미술, 무용, 연극이에요. 그런데 다원예술가라고 말한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이 다원예술의 영역 안에서 풀이되고 있는데 예술 활동 증명에는 다원예술 카테고리가 아예 없기 때문이에요.
용인에는 대학생때부터 살았어요. 초등학교만 6번 전학을 다녔는데 아빠가 직업 군인이셨거든요.
대전, 철원, 수원 등… 오래 살았던 곳을 특정하기 힘들어요.
제가 성인이 되고서 아빠가 전역을 하셨고 그 후로 쭉 용인에 살고 있어요. 생각보다 용인에서 활동할 기회를 많이 만나지 못해 올해 초부터 서울 쪽에서 일을 많이 하고 팀 활동도 주로 서울에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은평구에 있는 팀원의 집을 셰어해서 작업실 겸 서울집으로 쓰고 있어요.
연습은 공간을 대관해서 진행해요. 공연을 준비할 때에 저희 팀은 사전 설계를 엄청나게 꼼꼼히 해 놓고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들어가요. 때문에 페이퍼 작업을 하는 시간의 비중이 커요. 페이퍼 작업은 주로 집에서 하거나 카페를 이용하죠. 그 작업도 팀원과 둘이 하다 보니 동료가 용인으로 올 수는 없고 제가 서울로 가게 되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춤을 시작하려 할 때, 용인에서는 함께할 예술가들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꼈어요.
예술활동을 팀으로 시작해서 우리 팀의 경력이 곧 제 경력인 느낌이에요. 같이 활동할 사람을 용인에서는 찾을 수가 없어서 서울에서 팀원을 만났고, 지금에 와서 용인을 기반으로 무언가 해보려 해도 같이 할 사람을 찾기가 여전히 힘들어요. 발표할 장소같은 제반 조건들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서울에 비해 지원금도,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도 적어서 용인에서 활동하는 것은 조금 힘들겠다고 판단했어요.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지역에서 함께할 예술가들을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에요. 그에 더해 공간 문제도 있어요. 연습할 공간이야 유료로 대관해서 등 사용하면 되는데 발표 공간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올해 용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아서 댄스 필름을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최종 결과물을 상영할 공간을 찾고 있는 중인데요. 갤러리 혹은 복합문화예술공간 형태의 공간을 찾고 있어요. 서울에는 을지로 같은 곳에 소규모 갤러리, 복합문화예술공간 정말 많잖아요? 용인은 그런 공간을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예요. 청년예술가 개인으로서 작품을 발표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곳들만 있어요. 포은아트갤러리, 포은아트홀 이런 곳들처럼요. 엄청 큰 카페는 많지만 복합문화공간이라 해도 백화점에서 문화센터 운영을 위한 복합예술공간 정도이지 청년 예술가를 위한 소규모 발표를 할 수 있는 공간은 드문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해보고 있는데 재단 담당자님도 어려워하세요.
여쭤봤거든요. ‘지금 장소 때문에 교부 신청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용인 지역의 소규모 발표 공간을 알아보고 있긴 하는데 혹시 알고 계신 장소가 있으면 좀 말씀해 달라’. ‘카페나 야외 공간까지 확장해서 생각해 보세요’라는 답변을 주셨어요. 후에 전화를 주셔서 재단에 있는 공간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 공간은 제 작품을 발표할 만한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댄스 필름이다 보니 상영을 해야 해요. 공연보다는 전시의 개념인거죠. 담당자님이 추천해 주신 공간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아직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인데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요즘의 가장 큰 고민이에요.
주소지가 용인이라 용인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을 쓸 수 있었어요.
올해 처음으로 기금을 받아 용인에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용인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그 전에도 지원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꽤 있어요. '2022 경기청년지원사업단'이라든지 '2022 경기도 생애첫지원사업'이라든지 예술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은 분야의 지원사업을 수행했죠. 용인보다는 경기권으로 묶였을 때 파이가 조금 큰 것 같아요.
'2022 경기청년지원사업단'에 선정되어 2022년에 ‘실패에 치어쓰’라는 워크샵 프로젝트를 만들었어요. 서울에는 학원이나 학교에서 개최하는 무용 워크샵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게다가 무료로 하는 워크샵들이 상당히 많아요. 저는 그런 것들이 아주 즐겁다고 느끼고, 직접 진행해 본 적도 있는데 용인에는 그런 게 없었던 거죠.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는 것을 것을 너무 좋아해요. 서울에는 사설 학원에서 진행하는 무용 워크샵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직접 개최하는 워크샵들도 굉장히 많고 그런 워크숍들이 너무 저는 즐겁거든요. 그런데 용인에서는 그런 워크샵들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용인의 청년들도 분명 장기적으로 무용 워크숍에 참여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가 그런 프로젝트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죠. 저는 기획자의 역할로 참여해서 안무가를 초청하고 배우도 모셔서 10회의 워크숍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용인 거리에서 버스킹으로 결과 발표를 했죠.
이 지원 사업 활동을 계기로 용인 지역에 커뮤니티가 생겼어요.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기획 초기에 설정한 목표에는 도달했어요. 중요한 건, 그 참여자들이 워크숍 마지막까지 매주 한 번씩, 10회를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거예요. 워크숍만 10회지 마지막 결과 발표하는 자리, 함께 놀면서 네트워킹 하는 자리도 있었는데 그때까지 쭉 참여하시더라고요.
올해까지도 연락 주고받으면서 저희 팀 공연이나, 함께 볼 만한 공연이 있으면 서로 연결해서 같이 가기도 해요. 저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죠.
지역에는 워크숍을 열 만한 지원사업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경기 청년 지원사업단도 저희가 워크숍을 열고자 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그런 방향으로 만든 것이지 워크숍을 지원하는 사업은 아니었어요.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인, 청년들도 이러한 경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들 간에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자리나 인프라가 더 많으면 싶고요.
용인은 예술 지원사업이 청년들을 위한 것보다 어린이, 유아를 위한 사업이 더 많다고 느껴요. 그래서 용인에 청년, 청년예술가들이 직접 만들고 참여도 할 수 있는 워크숍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워크숍의 결과 발표를 게릴라 버스킹으로 풀이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거든요.
우리끼리 만 놀아도 된다는 마음가짐이었는데 공연할 때 보니, 기대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봐 주셔서 용인에서도 이런 걸 하면 사람들이 보는구나 싶더라고요.
홍보라고는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드린 정도뿐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람해 주셨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엔 서울문화재단의 ‘춤단’을 경험한 영향이 컸어요. 얼마간 워크숍을 통해 춤을 배우다가 한 달 동안 서울을 유랑하며 거리에서 춤을 췄거든요.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그걸 시도해 본 거예요.
나만 이런 걸 누리는 것 같은 마음이 있어요.
아마 어떤 종류의 아쉬움인 것 같아요. ‘실패에 치어쓰’ 워크샵을 진행할 때, 참가한 지역 청년들에게 이런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다들 전혀 없었다 하더라고요. 이런 활동이 있는지도 모르시고요. 이렇게 재밌는 작당이 많은데, 용인에는 이런 것 자체가 없으니 내가 사는 지역에도 이런 부분들이 더 활성화가 되면 나의 예술 활동범위도 넓어지고, 이 곳에 사는 사람들도 더 즐겁고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이 있어요.
때문에 지원사업의 결과가 청년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워크숍이 많아지기를 바래요. 그들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의 형태로요. 최근 들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제가 서울에서 워크숍을 들었을 때, 일반인들도 참여하지만 예술인들이 많이 참가하죠. 그렇게 만난 예술인들과 아직까지 소통하고 협업까지 이어진 예술인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참 네트워킹이 중요한 것 같아요. 워크샵 자체도 네트워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역에도 그러한 자리가 있으면 너무 좋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이상향 같은, 나의 예술로 꾸는 꿈이 있어요.
작품은 소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 사실 이왕이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작업을 하는 제 자신이 행복한 작품, 뿌듯한 작품, 내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해요.
그것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면 너무 좋고요. 점점 욕심과 욕망이 많아지는 것 같네요. 인터뷰 동안, 내 사는 지역 탓만 한 것 같아 걱정인데요. 그래서 용인에 예술공간 혹은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보는 게 목표예요.